실험실에서 웹서비스로 — 연구원 출신 팀장이 처음 맡은 개발 프로젝트, 기획과 데이터부터
📚 「AI 헬스케어 파이널 프로젝트」 연재 1편(첫 편)입니다. 연구원 출신 비개발자가 AI와 함께 의료 웹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기록을 시작합니다.

📝 한줄 요약
실험실에서 소재·의료기기를 연구하던 사람이 AI/ML 개발자로 전환하던 중, 부트캠프 파이널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았습니다. 연구는 오래 했지만 소프트웨어·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처음이라 “요구사항 정의서가 뭔지”부터 막막했어요. 그런데 AI 코딩 도구(Claude Code)와 단 이틀 만에 기획 문서 8개와 13만 명 규모의 건강 데이터 파이프라인까지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사업 방향이 하루 만에 통째로 뒤집히는 경험까지 했습니다.
바쁘시면 이것만 읽어도 돼요:
- 시작점: 연구 경력은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거의 처음인 연구원이 헬스케어 웹서비스 팀장이 됨. “요구사항·ERD가 낯선” 상태
- 깨달은 점: 낯선 분야일수록 작업부터 시작하지 말고 “진행 순서가 어떻게 되냐”부터 AI에게 물어라. AI가 기획→요구사항→설계 흐름을 잡아줌
- 인상적 순간: 미국 시장을 노리고 13만 명짜리 미국 데이터를 다 끌어모았는데, 하루 만에 “한국 직장인 대상”으로 전략이 통째로 바뀜. AI가 군말 없이 한국 데이터로 따라옴
- 핵심 팁: 공개 데이터 수집 같은 단순 반복 작업은 AI에게 자동화시키면 13만 명도 통째로 모음
- 주의점: AI에게 “파일 이름으로 대충 맞춰줘” 시키면 안 됨 → 실제 파일을 대조하게 해야 정확
🎯 이런 분들께 도움돼요
- AI/ML·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환 중이라, 첫 개발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한 분
- 비개발 출신인데 기획·PM 역할을 맡게 된 분
- 공공 데이터(건강·통계 등)를 다뤄야 하는데 데이터를 어디서 어떻게 모을지 막힌 분
- 연구·실무 경력은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낯설어 진행 순서가 막막한 분
😫 문제 상황 (Before)
저는 오랫동안 실험실에서 나노소재·의료기기를 연구했습니다. 연구는 오래 해왔지만, 소프트웨어나 웹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해본 적이 없었어요. 논문과 실험에는 익숙해도, ‘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AI/ML 개발자로 전환을 준비하며 부트캠프에 들어왔고, 하필(?) 파이널 프로젝트에서 2팀 팀장을 맡게 됐습니다.
주제는 “만성질환(고혈압·당뇨) 생활습관 챌린지 웹서비스”. 멋있어 보였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머릿속이 하얬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개발 프로젝트가 쓰는 ‘언어’와 ‘진행 방식’이 낯설다는 점이었어요.
- 가이드 문서엔 “요구사항 정의서”, “ERD”, “아키텍처” 같은 단어가 나오는데 그게 뭔지, 어떤 순서로 나오는 건지 감이 없었습니다
- 연구 과제는 해봤어도, 기능을 정의하고 데이터 구조를 설계해 나가는 프로젝트는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어요
- 팀장인데 첫 주에 뭘 해야 하는지, 팀원에게 무엇을 나눠줘야 하는지도 감이 안 왔습니다
- 서비스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인데, 어떤 데이터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막막했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막막함을 혼자 끌어안지 말고, AI에게 “나 이런 프로젝트는 낯선데, 순서부터 알려줘”라고 솔직하게 물으면서 가자고요.
🛠️ 사용한 도구
- 도구: Claude Code (터미널에서 대화하며 파일을 직접 만들어주는 AI 코딩 도구)
- 모델: Claude Opus
- 특이사항: 코드를 짜는 것만이 아니라, “이게 뭐야? 순서가 어떻게 돼?”를 물어보는 선생님 + 단순 반복 작업을 대신 해주는 조수로 함께 활용
🔧 작업 과정
1) 첫 단추 — 깨진 가이드 문서부터 정리
부트캠프에서 받은 프로젝트 가이드 문서를 옵시디언(메모 앱)에서 복사해 왔더니, 문서 안의 이미지가 전부 깨져 있었습니다. 첨부파일이 이름만 남고 실제 파일과 연결이 끊긴 상태였어요.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려고해
Project Guide Docs 폴더에 가이드라인이 md파일로 저장되어 있는데
옵시디언에서 복사한거라 첨부파일이 이름으로만 되어 있고 실제 파일과 연결이 안돼
문서 안의 모든 첨부파일 주소를 실제 파일과 매칭 시켜줘
다른 부분은 중요 가이드라인이니까 수정하지 말고
여기서 첫 교훈을 얻었어요. AI가 처음엔 파일 이름이 비슷한 걸로 대충 맞추려 했는데, 확인해 보니 매칭이 틀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히 말했죠.
아니 내가 확인해보니 파일이름이랑 주소랑 매칭이 안되는데?
경로 이름으로 해결하려고 하지마
그러자 AI가 이름 추측을 멈추고 실제 파일을 하나하나 대조해서 정확히 연결했습니다. (참고로 깨진 이름의 %20은 컴퓨터가 ‘공백’을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것도 이때 배웠어요.)
💡 AI에게 “대충 맞추지 말고 실제로 확인해”라고 못 박아야 한다. 정확해야 하는 일일수록 추측을 막고 대조를 시켜야 틀리지 않아요.
2) “이 프로젝트가 도대체 뭐지?” — AI에게 통째로 파악시키기
문서 정리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자 이제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우선 프로젝트를 파악해줘
우리팀은 '만성질환 고혈압 당뇨 생활습관 챌린지 웹 서비스 개발' 이야
충분히 생각, 단계별로 생각
AI는 기업 요구사항을 분석해 프로젝트 전체 그림을 정리해주고, **「프로젝트 종합 분석」**과 「팀장 First Week 액션 플랜」 두 문서를 만들어줬습니다. 팀장으로서 첫 주에 뭘 해야 할지, 손에 잡히는 할 일 목록이 생긴 거예요.
💡 새 일을 맡으면 “전체를 먼저 파악해줘”라고 시킨다. 큰 그림이 잡혀야 무엇부터 손댈지 보입니다.
3) 막막함의 핵심 — “요구사항·ERD가 어떻게 나오는 거야?”
여기서 제가 가장 막혔던 질문을 그대로 던졌습니다.
질문: 요구사항 정의서와 ERD의 작성 내용이 어떻게 나올수 있는거지?
내가 이런 개발 프로젝트가 처음이라 아직 진행 순서를 잘 모르겠어
먼저 아키텍처를 정하고 거기서부터 요구사항 정의서와 ERD가 나오는 것인가?
이 질문에 AI가 전체 진행 순서를 그림처럼 설명해줬어요. “기획에서 기능을 정하고 → 그걸 요구사항으로 정리하고 → 데이터 구조(ERD)와 화면을 설계한다”는 흐름이요. 우리 프로젝트는 부트캠프 가이드에 기본 아키텍처가 이미 주어져 있다는 것도 짚어줬습니다.
이때 깨달았어요. 낯선 분야의 프로젝트일수록, 무작정 작업부터 하지 말고 “순서가 어떻게 되냐”부터 물어보는 게 정답이라는 걸요. 그 답을 받고 나서야 요구사항 정의서 초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필수 기능부터 넣고, 선택 기능은 나중에 붙이는 식으로요.)
💡 “이걸 어떻게 하지?”보다 “전체 순서가 어떻게 돼?”가 먼저다. 길 전체를 그려놓으면 헤매지 않습니다.
4) 데이터부터 파헤치다 — 미국 13만 명을 통째로
서비스의 진짜 핵심은 데이터였습니다. 둘째 날, 데이터셋을 찾기 시작했어요. 처음 전략은 이랬습니다.
데이터셋부터 찾아보자. https://wwwn.cdc.gov/nchs/nhanes/
국내는 개인 건강데이터 확보 문제, 의사와의 갈등, 식약처 규제 등으로 어렵다고 생각해서
먼저 글로벌 특히 미국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나중에 국내로 진출할 생각이야. 기억해줘
그래서 미국 CDC의 공개 건강조사 데이터(NHANES)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연도별·항목별로 파일이 수십 개로 흩어져 있었어요. 하나씩 받으면 며칠 걸릴 일이었죠. AI에게 부탁했습니다.
NHANES의 전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수는 없을까?
AI가 자동 다운로드 도구를 만들어서 흩어진 파일을 전부 끌어모았습니다. 누적 응답자 약 13만 명, 12개 조사 사이클 분량을요. 거기에 더해:
- 알아보기 힘든 영어 변수명에 한국어 라벨을 붙여주고
- 무슨 항목인지 설명한 **변수 사전(Codebook)**까지 자동으로 추출하고
- 데이터를 한눈에 보는 대시보드와 표까지 만들어줬습니다
혼자였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을, “전체를 모아줘” 한마디로 끝낸 순간이었어요.
💡 흩어진 단순 반복 작업은 통째로 맡긴다. 수십 개 파일을 손으로 받는 건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에요.
5) 반전 — 전략이 하루 만에 뒤집히다
그런데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링을 고민하다 보니, 제 생각이 점점 바뀌었습니다. 끝내 이렇게 말했어요.
우선 전략은 한국 직장인을 타겟으로 하려고 해.
한국 직장인은 1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으니까
본인 건강검진 결과를 1년마다 입력해서 갱신하는 거야.
입력은 건강검진 결과서를 사진 찍거나 캡쳐해서 자동으로 텍스트를 뽑아내는 방식.
그래서 글로벌이 아니라 국내용이 목표고, 진단이 아니라 생활개선이 목적이야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미국 시장 먼저”였는데, “한국 직장인의 건강검진 결과를 활용한 생활개선 서비스”로 방향이 완전히 바뀐 거예요. 솔직히 좀 민망했습니다. 데이터를 다 모아놨는데 갈아엎는 거니까요.
그런데 AI는 군말이 없었어요. 곧바로 한국 데이터(KNHANES)로 갈아탔습니다. 한국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원본 압축파일을 풀고, 중복을 제거하고, 미국·한국 데이터를 폴더로 나눠 정리하고, 연도별로 CSV로 변환하고, 한국·미국 변수를 서로 매칭하는 표까지 만들어줬죠.
이때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기획은 원래 움직이는 것이고, AI와 함께라면 방향이 바뀌어도 다시 시작하는 비용이 작다는 것. 예전 같으면 “이미 다 해놨는데 어떻게 바꿔” 하며 못 바꿨을 텐데, AI 덕분에 더 나은 방향이 보이면 주저 없이 틀 수 있었어요.
💡 방향이 바뀌면 주저 말고 바꾼다. “이미 해놨으니까”에 발목 잡힐 필요가 없어요. AI와 함께라면 다시 시작하는 비용이 작습니다.
6) 첫 이틀의 마무리 — 모델링 전략과 기록
마지막으로 “이 데이터로 어떻게 예측 모델을 만들지” 전략을 정리하고, 관련 연구 논문 목록과 운영용 데이터 구조 초안까지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세션에서 바로 이어갈 수 있도록 모든 결정과 진행 상황을 메모리(기록)에 저장했어요. 이 “기록하는 습관”이 나중에 연재를 쓸 때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는,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 그날의 결정을 기록으로 남긴다. “왜 이렇게 정했더라?”를 다시 찾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회고와 글쓰기의 밑천이 됩니다.
✅ 결과 (After)
Before vs After
| 항목 | Before (시작 전) | After (이틀 후) |
|---|---|---|
| 프로젝트 이해 | ”뭐부터 해야 하지?” 막막 | 종합 분석 + 첫 주 액션 플랜 확보 |
| 진행 순서 | 요구사항·ERD가 뭔지 모름 | 기획→요구사항→설계 흐름 이해 + 초안 작성 |
| 데이터 | 0건 | 미국 13만 명 + 한국 데이터 정리·통합 완료 |
| 사업 방향 | 막연히 “미국 먼저” | 한국 직장인 건강검진 기반 생활개선으로 확정 |
| 산출물 | 없음 | 기획 문서 8개 + 데이터 파이프라인 + 메모리 기록 |
결과물
- 기획 문서 8종: 종합 분석 / 액션 플랜 / 요구사항 초안 / 모델링 전략 / 공개 모델 인벤토리 / 연구 논문 리스트 / 운영 DB 스키마 등
- 데이터 파이프라인: 미국 NHANES 전체 자동 수집 + 한국 KNHANES 정리·변환 + 변수 매핑
- 다음 세션으로 이어지는 메모리 기록
소요 시간: 단 이틀 (그것도 개발 프로젝트가 낯선 사람이)
💬 이 과정에서 배운 AI 활용 팁
효과적이었던 것
- 처음이면 “순서부터” 물어라 — “이걸 어떻게 하지?”가 아니라 “전체 진행 순서가 어떻게 돼?”라고 물으면, AI가 길 전체를 그려줍니다. 그러면 헤매지 않아요.
- 단순 반복은 통째로 맡겨라 — 흩어진 데이터 파일 수십 개를 “전부 모아줘”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사람이 손으로 할 일이 아니에요.
- 방향이 바뀌면 주저 말고 바꿔라 — AI와 함께라면 갈아엎는 비용이 작습니다. “이미 해놨으니까”에 발목 잡히지 마세요.
- 모든 결정을 기록(메모리)에 남겨라 — “왜 이렇게 정했더라?”를 다음에 다시 찾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회고·글쓰기의 자산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안 돼요
- AI에게 “이름으로 대충 맞춰줘” 시키지 마세요 — 파일 매칭처럼 정확해야 하는 일은 “실제 파일을 확인해서 맞춰”라고 명시해야 틀리지 않습니다.
- 전략 없이 데이터부터 잔뜩 모으지 마세요 — 저는 미국 데이터를 다 모은 뒤 방향을 틀어서 일부를 다시 했어요. 방향을 먼저 정하면 더 좋지만, 정 안 되면 빨리 틀 수 있게 AI를 곁에 두세요.
🌍 다른 업무에 적용한다면?
- 새 업무를 맡았을 때: “이 일 처음인데 진행 순서 알려줘”라고 AI에게 물으면, 막막한 첫 주가 정리됩니다. 직군 불문이에요.
- 자료 조사가 많은 일: 공공데이터, 논문, 경쟁사 자료처럼 흩어진 정보를 “전체 모아서 표로 정리해줘”라고 하면 며칠 일이 몇 분이 됩니다.
- 기획·제안서 작업: 초안을 AI와 빠르게 만들고, 방향이 바뀌면 부담 없이 갈아엎으세요. “완벽한 한 번”보다 “빠른 여러 번”이 낫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
이렇게 데이터를 다 모았으니, 다음은 당연히 **“이 데이터로 고혈압·당뇨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자”**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데이터를 펼쳐보니, AI가 척척 정리해준 숫자를 그냥 믿어도 되는 건지 슬슬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다음 편(2편)에서는, AI가 준 건강 데이터·숫자를 의심하고 직접 검증한 날을 풀어봅니다. 미국·한국 데이터를 통합하다가 표본이 중복되고, 결측치가 이상하게 높고, 한글이 깨지는 등 온갖 ‘데이터 함정’을 하나씩 의심하고 검증한 이야기예요. 그리고 그 검증 습관이, 다음다음 편에서 예측 자체를 뒤엎는 큰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 재사용 가능한 프롬프트
프롬프트 1: 처음 맡은 프로젝트, 진행 순서부터 잡기
나는 [직무/배경]이고 [프로젝트 종류]는 처음이야. 지금 [프로젝트 한 줄 설명]을 시작하려고 해. 무작정 작업하기 전에 전체 진행 순서부터 알려줘. 기획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문서·산출물이 어떤 순서로 나오는지, 단계별로 천천히 설명해줘. 그리고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첫 주 할 일”을 액션 플랜으로 정리해줘.
프롬프트 2: 공개 데이터셋 전체 수집·정리 자동화
[데이터 출처 URL]의 공개 데이터를 전부 수집하고 싶어. 흩어진 파일을 자동으로 모아서 하나로 통합하고, 알아보기 힘든 변수명에는 쉬운 한국어 라벨을 붙여줘. 각 항목이 무슨 뜻인지 정리한 변수 사전과, 데이터를 한눈에 보는 요약 표도 만들어줘.
프롬프트 3: 결정·진행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
오늘 진행한 중요한 결정과 작업 내용을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줘. 다음에 이어서 작업할 때 바로 맥락을 잡을 수 있도록, 무엇을·왜 그렇게 정했는지와 다음에 할 일을 포함해줘.
📌 「AI 헬스케어 파이널 프로젝트」 연재 1편입니다. 다음 막에서 또 이어집니다.